설교요약
입으로 고백하고, 마음으로 믿으면
저는 목사가 된 이후에 주로 ‘철학’을 해 왔습니다. 제가 철학을 해 왔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철학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생각을 위한 방법론들은 배워야 하지만 인간은 그 자체로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인생 자체가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생각에는 명암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깊은 생각과 낯설게 보기라는 습관은 하나님의 말씀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묵상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단 한 절의 말씀을 읽을 때도 생각 없이 읽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을 하면서 읽기 때문에 새로운 깨달음과 폭넓은 적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반면에 오랜 시간동안 논리적으로 생각하다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견디기가 좀 어렵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속이 다 보이는데도 다른 이야기처럼 말할 때, 또 자기주장을 위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를 끌어와 강변할 때 마음이 잘 열리지 않습니다. 물론 제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지난주일 십자가를 주제로 설교하면서, 십자가의 지혜와 능력은 ‘힘 빼기’와 같은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눈높이에 맞추어 “십자가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주님이 모든 것을 버리고 이 땅에 오셨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무력이 아닌 가장 약한 방법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힘을 빼고 겸손하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할렐루야!” 이렇게 단순하게 설교했다면 좋았을 겁니다.
그런데 힘을 뺀다는 것은 하나의 비유입니다. 십자가의 지혜와 능력이 정확히 힘 빼기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마음이 불편해졌고, 나름대로 십자가의 신비를 설명하려고 하다가 설교가 복잡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힘 빼기가 십자가의 지혜요 능력이라고 하면서, 저는 십자가의 능력을 의지하지 못하고 힘이 들어간 설교를 한 셈입니다.
며칠간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데, 더 심오한 주제인 부활을 설교해야 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다 오늘 본문을 발견하였지요. 십자가의 지혜와 능력을 선포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 바울은 ‘구원’이라는 주제를 매우 단순하게 설명합니다. “당신이 만일 예수는 주님이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라고요.
무엇을 입으로 고백한다고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구원자이심을! 무엇을 마음으로 믿어야 한다고요? 하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주님을 다시 살리신 것을! 물론 여기서도 생각은 필요합니다. 전자는 반드시 입으로 고백하고, 후자는 반드시 마음으로 믿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마음으로 믿고, 다시 살아나신 것을 입으로 고백하면 구원을 받을 수 없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 표현을 이해하려면 유대인의 사고를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사람을 몸 따로, 마음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대신 영혼과 육체가 함께 어우러진 전체로 보지요. 그러므로 입과 마음이란 우리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하여’라는 뜻이랍니다. 믿음과 고백도 둘이 아닌 하나이고요. 그러니 구원은 이 두 가지를 전심으로 믿고 고백하는데서 온다는 겁니다.
바울은 복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유대인들의 잘못을 신명기 말씀을 통해 반박하면서,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전심으로 믿고 고백하면 구원을 얻는다고 선포합니다. 할렐루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설명 할 수도 없습니다. 구원은 생각과 이해력이 아닌,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얻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부활주일을 맞아 세례를 베풀고 성찬을 나누는 주일이기도 합니다. 세례가 무엇입니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구원자이시며, 그분의 다시 사심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지요. 성찬 역시 십자가의 주님이 주신 살과 피를 기념하며, 부활의 주님과 함께 생명과 기쁨의 식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은 사망을 이기시고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누구든지 이 믿음과 고백으로 구원을 얻습니다. 이 믿음으로 복음 안에서 모든 삶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부활하신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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