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주 예수만 나의 힘 되고
제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가 점점 느려지더니, 며칠 전 갑자기 멈추어 버렸습니다. 그때그때 불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하지 않은 게으름이 쌓여 처리 속도가 느려진데다, 바이러스까지 감염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문가에게 맡겨 자료들을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긴 후, 프로그램을 새로 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디스크가 가벼워지고, 속도도 한결 빨라졌지요.
인생도 똑같지 않을까요? 우리는 하늘이 아닌 땅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살아갈수록 먼지가 쌓이고 생각은 점점 복잡해지고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습니다. 좀 정리가 필요한데 여유는 없고, 버리기도 아깝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순절과 부활절은 하늘의 시민권자이면서도 땅의 것들에만 집착하며 살기 쉬운 우리들의 시선을 다시 하늘로 향하게 하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죽음과 부활에 대해 묵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현실에 대한 가장 진지한 성찰이 될 테니까요.
오늘 말씀은 익숙한 내용인데, 우리의 선입견과 번역 자체의 한계로 행간에 있는 많은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주님이 길을 가실 때, 한 사람이 달려와서 묻습니다. 이 질문에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그는 “영생을 상속받으려면, 어떤 계명을 지켜야 합니까?”라고 묻습니다.
이 질문은 그가 영생을 상속받을 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재산 중 많은 부분도 상속받은 것일 가능성이 높을 듯합니다. 주님은 이 한 가지 질문만으로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아셨습니다. 하여 철저히 그의 눈높이에 맞추어 대화를 이끌어 가시지요.
주님은 십계명을 들려주십니다. 그런데 열 가지가 아니고 여섯 가지입니다. 십계명은 ‘하나님사랑, 이웃사랑’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주님은 십계명의 두 축 가운데 왜 사람과 관련된 계명만 말씀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이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 계명들을 범하지 않았기에,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주님은 그의 대답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를 향하여 네게 정작 있어야 할 한 가지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에게는 도덕적 요구에 어울리는 이웃 사랑이 있었고, 많은 것을 가진 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하나님나라의 백성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나라의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도덕적 선행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자에게 준 후, 주님을 따라야 했습니다. 이 사람의 문제는 몸은 주님 앞에 있지만, 마음은 재물에 있는 겁니다. 그는 땅의 재물은 많이 가졌지만, 하늘에 속한 재물은 전혀 갖지 못한 가난뱅이였습니다. 주님은 그가 가진 모든 재물을 하늘에 속한 것으로 바꾸어, 진정한 부자가 되게 하시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재산에 대한 미련 때문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주님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에는 우리의 그림자가 투영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아마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그는 재물 때문이었지만, 우리는 재물뿐만 아니라 명예를 포기할 수 없어, 자존심을 포기할 수 없어, 건강과 젊음을 포기할 수 없어 뒷걸음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하나님나라의 백성이 되려면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새로 태어나야만 하는 것이지요. 절대 내놓을 수 없는 가치를 다 내놓아야 영생의 문이 열리는 겁니다. 하지만 많은 신앙인에게 부와 명예, 지식, 건강 등은 여전히 절대적 가치입니다. 이것이 절대적 가치라면 영생은 우리에게서 멀리 떠나 있을 겁니다.
찬송가 368장은 “주 예수만 나의 힘 되고, 내 만족함 됩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주님 이외의 것은 모두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만족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또 한 번의 부활절이 다가옵니다. 땅의 것에 종속된 신앙생활이 아니라, 하늘의 가치로 땅의 것들을 거룩하게 하는 삶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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