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아직도 가야할 길
한 해의 끝자락을 맞아 많은 대중매체들이 올해의 십대뉴스와 인물들을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교수신문이 선택한 2014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지록위마’입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이지요. 우리말로 하면, “가만히 있으라!” 정도가 될 겁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수많은 국가적 재난과 그 처리과정을 보면서 그건 ‘말’이 아니고 ‘사슴’이라고 해도,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하였지요.
새해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습니다. 세밑은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때인데, 대신 염려와 불안의 그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희망하는 평화와 기쁨은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 본문에서 히브리서 기자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는 분이라고 소개합니다.
하나님은 본래 이 세상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창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욕심과 죄악으로 인해 평화가 깨어지고 말았지요. 그런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하나님은 독생자를 희생하여 죄의 대가를 지불함으로 잃어버린 평화를 돌려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참 평화는 오직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오는 겁니다. 이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축복합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의 서신을 마무리하는 기도를 통해, 평화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 줍니다. 그는 두 가지의 간구를 드리는데, 먼저 우리를 온갖 좋은 일에 어울리게 다듬질해주시기를 빌고 있습니다. 여기서 ‘온전’하게 해주신다는 것은 ‘수선’(修繕)을 해주신다는 의미입니다. 본래 온전하게 지음 받은 우리가 찢어지고 망가졌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본성적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과 반대로 가려고 하는 존재이기에 주님의 말씀으로 고침을 받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고치시고 싸매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복음 안에서 고침을 받고 새로운 피조물이 될 때, 항상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생각하고 간절히 바라는 자가 되는 겁니다.
다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 가운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바를 이루시기를 비는데, 여기서 기뻐하시는 일이란 하나님과의 완전한 하나 됨에서 오는 기쁨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과의 연합과 일치에서 오는 기쁨, 이것이 바로 ‘샬롬’이지요. 주님이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것은 바로 이 평화를 주시기 위함이랍니다. 그러니 이 평화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신앙생활의 목표이며 지향점이 되어야 합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는 ‘지록위마’는 본래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앙생활에도 지록위마와 같은 일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속여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영광과 기쁨을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실은 자신의 영광과 기쁨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오늘날 한국교회는 분명 죽어가고 있는데, 지도자들은 여전히 아무 문제없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질과 명예와 권세의 유혹 앞에 굽실거리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라고 강변합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행복과 기쁨과 감격은 온데간데없이, 분열과 불신과 고소가 난무하고 심지어 폭력이 그치지 않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 아닙니까? 나무는 그 열매를 보면 안다는 주님의 말씀대로, 진정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일했다면 한국교회의 열매는 전혀 달라졌을 겁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는 분입니다. 그 평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평화를 얻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이 평화는 하나님의 기대와 우리의 바람이 서로 만나고 연합하고 하나 될 때 오는 기쁨입니다. 여러분은 이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까?
바울은 ‘하나님은 우리가 당신을 기쁘시게 해 드릴 것을 염원하게 하시고 실천하게 하시는 분’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소망으로 한 해를 달려왔습니다. 이제 또다시 걸어야 할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생각하며 간절히 바라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참된 평화를 누리는 것입니다. 그것 밖에 없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이 길을 함께 걸어 행복과 평화의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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