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물밀 듯 내 맘에 기쁨이 넘침은
지난 7일이 ‘입동’이었습니다. 자연은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겨울맞이에 한창입니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 간다”는 찬송 그대로 나무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깨닫고 스스로 잎을 떨어뜨리며, 겨울을 맞이합니다. 짐승들도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월동을 준비하겠지요.
하지만 유독 사람은 그 이야기, 그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미물들의 순종과 겸손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너무 바쁘게 살기에, 너무 각박하게 살기에 겨울이 오기도 전에 우리의 마음은 이미 꽁꽁 얼어붙은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이 감사의 계절에도 어떤 감동도 경이도 없이 종종걸음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지난 목요일 광주 조선대병원에 문병을 다녀왔습니다. 차를 가지고 가려다가 저무는 가을을 잘 보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탔습니다. 광주터미널에서 병원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해야 했는데, 약간의 도보가 필요했습니다. 두세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하나같이 걸어서 갈 길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하철역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직선으로 약 600미터 거리였습니다. “아, 현대인들은 정말 여유가 없구나!”를 절실히 느낀 하루였지요.
자연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의 첫 번째 통로가 바로 자연입니다. 그래서 신학자들도 특별계시보다 자연계시가 먼저라고 하는 것이지요. 제 설교의 스승도 자연입니다. 가끔 바닷길을 걸으며 밀물과 썰물을 보노라면, 정말 신기합니다. 밀물과 썰물은 12시간 25분 만에 한 번씩 교대한답니다. 밀물과 썰물이 생기는 원인은 태양과 달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과, 스스로 회전하는 지구의 원심력 때문입니다. 어린이 책에서는 달이 바다를 훔쳐가는 거라고 설명하더군요.
저는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을 보며,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구약의 지혜자들도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바다를 향하여 너의 자리는 ‘여기까지’라고 그 한계를 분명히 정하여 주셨음을 일깨워 주었지요. 그리고 그 분의 사랑과 구원의 은총을 떠올립니다. 그 분이 우리의 하나님이며,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289장 찬송이 절로 나옵니다. 감사란 이렇게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깨달음에서 우러나오는 겁니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선생이 최근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란 책을 냈습니다. 이 분은 탁월한 문학가이지만 영적으로는 초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순수하고 뜨거운 때를 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그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매우 신선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교회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긍정해야지요. 육체를 부정하고 매일 울면서, ‘나는 죄인입니다’ 하기만 하면 되겠습니까? ‘하나님, 오늘은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큰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햇빛에서 하나님의 장밋빛 손가락을 보았습니다. 꽃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것을 창조해 주신 하나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살아야하지 않을까요?”
“얼마 오래 살지도 못하는데, 생을 정말 사랑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영생을 구할 수 있습니까? 생이 빛나고 아름답고,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이 지극히 아름답기 때문에 더 살고 싶고 영생을 얻고 싶은 것이지, 살기 싫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삶을 부활해서 또 살아요? 그러니까 교회에서는 생이 얼마나 멋지고 빛나는 것인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데 미치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이지요.
본문에서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합니다. 그 속에서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저무는 가을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그 가을을 선물하신 하나님이 서운하시지 않도록 자연에게 눈길 한 번 주십시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고백합시다. 그럴 때, 찬양이 절로 흘러넘칠 겁니다. “물밀 듯 내 맘에 기쁨이 넘침은, 주 예수 내 맘에 오심”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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