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하나님께는 기쁨을, 사람에게는 칭찬을
제 사무실에 있는 난(蘭)이 금년에도 어김없이 꽃대를 내밀고 진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제가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는데도 말이지요. 저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면서, 짧은 향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얼른 화분을 책상 위로 옮겨놓았지요.
그런데 그 순간 “이 사람아! 이것이 하나님을 대하는 너의 모습이다. 평소엔 눈길 한 번 주지 않다가 너 좋을 때만 관심 있는 척 하는 게 하나님을 대하는 것과 똑같다.”하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마나 부끄러운지요. 사실 평소에는 하나님께 눈길 한 번 주지 않다가, 좋은 일이나 어려운 시련이 오면 호들갑을 떨면서 급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요?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해야 합니다.
본문은 그리스도인이란 일상에서 하나님께는 기쁨을 드리고, 이웃들에게는 칭찬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께 기쁨을 드리는 삶이란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삶, 하나님 중심의 삶을 의미합니다. 기도나 예배는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만족이 아닌, 살아계신 하나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의 예배와 기도를 받으시는 하나님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하나님을 자기 생각과 행동의 틀 속에 가두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임에도 사람을 의식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예배 역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므로 반드시 예절을 지켜야 합니다. 단, 어린 아이들이 예배시간에 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그 자체가 예배이기 때문이지요. 오늘날 예배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는 휴대전화입니다. 예배시간에 전화벨이 울릴 수는 있습니다. 이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벨이 울린다고 해도 통화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새가족이나 평신도들은 이런 실수를 잘 하지 않습니다. 주로 항존직분자가 합니다. 나는 그래도 된다는 교만 때문이 아닐까요?
또한 예배에 집중하지 않고 자기 식으로 예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배란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납작 엎드려 하나님께 경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예배를 지키는 자가 아닌, 참된 예배자를 찾으십니다. 그러므로 자기만족이 아닌 자기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이야말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예배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그리스도인은 이웃, 특히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이웃들에게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나는 진리를 아는 자이고 당신은 무지한 자라는 태도가 아닌, 사랑으로 그들을 섬겨야 합니다. 사랑은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요?
입원중인 교우들을 문병할 때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다른 환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의 무례함이 많은 이웃들을 넘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조문예절, 특히 불신자의 장례에 참여할 때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조문과 위로의 말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합니다. 함부로 지옥에 갔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판단하실 문제입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우리가 믿지 않는 분들의 장례의식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세계를 함부로 비방해서는 안 됩니다.
바울은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몸이지만,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유대 사람들에게는 유대 사람같이, 율법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는 율법 아래 있는 사람같이, 율법이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율법 없이 사는 사람같이, 믿음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약한 사람이 되었다는 겁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를 만족하게 하는 것은 신앙생활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화평을 도모하는 일과, 덕을 세우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이러한 신앙의 여정으로 하나님께는 기쁨을 드리고, 사람에게는 존경과 칭찬을 받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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