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 송혁 2022.11.23 조회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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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성서일과표/예레미야애가 1.1-6, 시편 137.1-9,
디모데후서 1.1-11, 누가복음 17.5-10]
디모데후서는 바울이 사랑하는 제자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그들은 초기 교회의 기둥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특히 사도행전의 역동적인 증언을 따라가다 보면 바울과 디모데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투사처럼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바울 하면 누구보다 강하고 담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곤 하지요. 하지만 그런 바울도 어린 나이에 목회자가 된 디모데도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디모데후서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바울과 디모데 그리고 우리의 약함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본문에서 바울은 자신의 형편을 주님을 위하여 갇힌 몸이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갇혔을 때는 일종의 가택 연금 상태로 비교적 자유롭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쇠사슬에 매인 채 지하 감옥에서 외로움과 추위에 시달리며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지난 세월이 주마등같이 스쳐 갔겠지요. 회한의 눈물도 흘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소원은 역시 복음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이제 누가 진리를 위해 싸울 것인가를 고민하던 바울은 절박한 심정으로 디모데를 일깨웁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나는 그대를 일깨워서 그대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은사에 불을 붙여, 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하려 합니다.”라는 바울의 말에서, 당시 디모데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깊은 무기력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디모데는 자신의 고향에서 바울에게 발탁된 이후 15년 이상 바울의 신실한 동역자였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선교여행의 대부분을 바울과 함께하였고, 몇몇 편지를 바울과 함께 쓰기도 했지요.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 앞에서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디모데는 아직 젊은 나이였습니다. 바울은 디모데를 향하여 젊다는 이유로 남에게 멸시를 당하지 말라고 했고, 젊음의 정욕을 피하라고 조언했었지요. 디모데는 아마 30대 중반이었을 겁니다. 당시 그리스 로마 사회에서는 나이를 두 가지로만 구분하였는데 디모데는 젊은이에 속하였으니, 지도자로서의 부담이 있었을 겁니다.
그는 매우 내향적인 사람이었고, “이제는 물만 마시지 말고 위장을 위해서나 자주 앓는 그대의 병을 위해서 포도주를 좀 마시라”는 바울의 조언을 보면 평소 병에 시달리는 약한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들이 그를 움츠러들게 했던 것이지요.
여러분은 바울과 디모데의 연약한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그들은 누구보다 복음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지만, 그들도 인간이었기에 노년의 고독과 젊음의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의 고독과 연약함은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죽음의 시간을 앞두고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어떤 이는 질병과 벗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갑니다. 어떤 이는 가슴 한복판에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얹고 살아가며, 어떤 이는 외로움에 몸부림칩니다. 저 역시 인간이기에 우울할 때도 있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가끔은 살기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처절한 고통인가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게 인간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옛 지혜자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을진대 내 오른손이 그의 재주를 잊을지로다. 내가 예루살렘을 기억하지 아니하거나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즐거워하지 아니할진대 내 혀가 내 입천장에 붙을지로다.” 예루살렘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님께만 소망을 둔다는 뜻입니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한다면, 그분의 사랑을 붙잡는다면 숨죽인 우리 영혼이 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될 것입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아파하시며 연약한 우리를 위로해주시고, 날마다 새 힘을 주시는 분이니까요.
바울은 구원은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은혜로 주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것도 ‘영원 전부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은혜랍니다. 그러므로 두려움과 아픔을 감추고 애써 강한 척하거나, 하나님께 인정받으려 몸부림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대신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하라는 것이지요. 그 근거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죽음의 세력이 폐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능력이 아닌 주님의 은혜로 우리의 삶이 완성된다는 뜻이지요. 이것이 바로 복음의 핵심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하시니 10월도 힘차게 달려봅시다. 우리의 중보자이신 성령께서 우리를 위로해주시고, 함께하는 믿음의 동역자들도 있으니까요.
이번 주부터 3년 만에 여러분의 가정을 찾아 함께 찬송하고 기도하려고 합니다. 11월에는 해오름교회와 우리 교회의 말씀잔치가 예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번 가정 심방과 말씀잔치를 통해 지치고 연약한 우리 영혼이 주님의 은혜로 다시금 활활 타오르기를, 참으로 그러하기를!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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