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거룩하게 살게 하소서!”
흔히 잔인한 달로 일컬어지는 4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은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이 1922년 발표한 ‘황무지’라는 시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 시는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모두 433행으로 이루어진 시인데, 그 첫 행이 ‘4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합니다.
엘리엇은 이 시를 통해 세계대전 후 인류의 공황상태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즉 전쟁의 참상과 충격으로 인해 인간의 영혼은 황무지와 같이 황폐해졌는데, 4월의 자연은 소리 없이 새로운 생명을 움트게 하고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며 잔인함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그는 이렇게 불모지로 변해버린 메마른 땅위에 하나님이 자비로운 단비를 내려주시기를 갈망하면서 장문의 시를 쓴 것이라고 합니다.
2015년 4월의 세계는 어떤가요? 해마다 지중해 난민이 수천 명씩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죽어 가는데, 금년에만 벌써 천오백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제는 네팔에서 강진이 발생하여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요. 우리 역시 세월호 참사 1주기에도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경유착의 맨 얼굴을 확인하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지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하여 모든 이들이 탄식하고 절망했던 4월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절망할 때 그럴 수 없는, 그래서는 안 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출애굽 이후 시내 산에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주신 말씀 속에 그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너희는 내가 이집트 사람에게 한 일을 보았고, 또 어미독수리가 그 날개로 새끼를 업어 나르듯이, 내가 너희를 인도하여 나에게로 데려온 것도 보았다. 이제 너희가 정말로 나의 말을 듣고 내가 세워 준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가운데서 나의 보물이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다 나의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선택한 백성이 되고, 너희의 나라는 나를 섬기는 제사장 나라가 되고, 너희는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이 말씀은 출애굽기의 핵심 구절인 동시에, 그리스도인을 부르신 목적이 담겨 있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거룩한 삶을 통해 하나님과 세상을 이어주는 제사장과 같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부름을 받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이 땅의 어두운 현실과 그 현장에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룩한 행실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모습으로 있습니다. 부정과 비리, 불의와 부패의 사슬 한 복판에는 언제나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현장에도 그리스도인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위기의 순간에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들의 행동은 많은 것을 묻고 생각하게 하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사회 분열과 갈등의 한복판이나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의 사도가 아니라, 편협한 시각으로 분열의 씨앗을 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대부분 항존 직분자들입니다.
세상의 소망은 하나님께 있고, 하나님의 소망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희망의 불씨가 되어야 합니다. 나와 이웃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약속부터 지켜야 합니다. 정직하고 겸손하여 복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런 우리의 일상을 통해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도록 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세상 모든 민족이 구원을 얻기까지 쉬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이 사명을 위해 거룩한 제사장으로 부름을 받은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의 심장을 가지고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을 섬겨야 합니다. 물이 거대한 바다를 덮음 같이,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한 세상을 꿈꾸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뛰는 심장과 간절한 갈망으로 하나님의 보배와 같은 자녀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샬롬!

댓글0개